에릭 프롬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이 책은 정말 쉽지 않구나` 였어요. 프롬의 글쓰기 자체가 워낙 밀도가 높고,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상당해서요. 마치 미궁 속을 헤쳐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사회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몇몇 개념들이 좀 어렵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끈기 있게 읽다 보니 프롬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죠. 그건 바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애`의 위험성이었어요. 요즘 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이런 함정에 빠져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무섭더라고요.
저는 대학 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타인의 고통`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느꼈죠. 물론, 책에서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어요. 책에서는 이론적인 설명에 그칠 수 있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통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거든요. 어떤 분은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어떤 분은 심각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었죠. 그때 저는 단순히 `안타깝다`는 감정을 넘어, 내 안에 있는 무력감과 죄책감 같은 복잡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 경험은 제가 프롬의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단순히 지식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 삶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까요.
프롬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 자기애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해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안녕에만 집중하고, 타인의 고통을 자신과 무관한 문제로 여기기 쉽다는 거죠. 이 부분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 중심적인 삶의 태도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생각해보면 섬뜩해지더라고요. SNS에서 보이는 화려한 일상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성취에만 집중하게 되고, 정작 주변 사람들의 고통에는 무관심해지는 건 아닐까요? 심지어 그 고통이 나와 가까운 사람의 고통일지라도 말이죠. 이러한 자기애적인 태도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프롬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죠.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사랑의 기술`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프롬은 단순한 감정적인 애정이 아닌, `성숙한 사랑`을 강조하죠. 성숙한 사랑은 상호적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고, 그 고통을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을 포함한다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단순히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넘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고,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이죠. 여기서 저는 `공감`의 깊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감정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공감이고, 그것이 `타인의 고통`을 극복하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롬의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심리학 서적을 넘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행한 일인지,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니까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앞으로 타인의 고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진정한 공감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책은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계속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