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 우연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간의 종말`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서정성, 그리고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탁월한 이야기 구성에 매료되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시간의 흐름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시작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의 막연했던 질문들이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 이상으로,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지적인 여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의 예상을 충족시켜주고도 남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경험이었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의 종말`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떨어지면서 시작한다.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우리가 아는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기묘한 세계이다.
…